물리학의 법칙중에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있다. 형태가 바뀔지언정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일정하다는 것인데, KBL 챔피언 결정전 4차전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농구의 한 팀이 가진 에너지도 결국 일정한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동부 전창진 감독이 말한대로 시즌경기를 봤을때 삼성은 결코 체력이 강한 팀은 아니었다. 게임을 리딩하는 이상민이 그러했고, 강혁 또한 적지 않은 나이다. 그런 삼성이 전면강압수비를 2쿼터나 3쿼터부터 쓸 정도의 체력게임을 3차전까지 수행했다. 더구나 이상민은 PO에 들어 출전시간이 늘어나더니 결국 스타팅으로 거의 풀타임을 뛰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4차전에 앞서 이상민은 종아리 근육 부상을 호소했다고 한다. 물론 부상 정도는 경미했는지 4차전도 선발로 기용되긴했지만, 출전시간은 30분을 넘기지 못했다. 3차전의 체력소모가 삼성에게 독이 된걸까? 삼성은 20개의 턴오버를 저지르며 무너졌다. (동부는 오코사와 이광재가 스틸을 4개씩 그리고 김주성과 딕슨이 2개씩 총 12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그에 반해 3차전에서 16개의 턴오버를 기록했던 동부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눈에 띄는 전술변화는 없었지만, 집중력은 확실히 다시 높아졌다. 김주성에 대한 수비 집중으로 3차전의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삼성은 이번에도 비슷한 전술을 들고 나왔는데, 동부는 기본 전술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김주성과 표명일의 피켓롤을 통해 표명일이 인사이드로 치고 들어간 뒤 뛰어들어오는 오코사나 딕슨에게 골밑을 공략시키거나 혹은 외곽의 이광재나 강대협에게 패스하여 3점슛 찬스를 만들어주는 패턴 플레이. 놀랍게도 3차전에 한개도 기록하지 못했던 김주성의 어시스트가 다시 4개로 살아났다. 흐름을 탄 동부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포스트의 김주성, 피켓롤로 인사이드로 치고 들어간 표명일, 표명일에게서 패스를 받은 오코사, 딕슨 혹은 외곽의 이광재, 강대협이 모두 고른 득점을 올려 스타팅 멤버 전원이 모두 1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김주성 25, 오코사 19, 이광재 16, 딕슨 13, 표명일 12
챔피언 결정전을 돌아보면 1차전은 못봤고, 2차전은 정말 재미있었고, 3차전은 억지스러웠고, 4차전은 좀 맥이 빠졌다. 이제 삼성은 가진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느낌이다. 물론 아직 쓰지 않은 이원수 등의 선수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서 거의 기용하지 않은 선수들을 마지막이 될 수 있는 5차전에 쓴다는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과연 삼성은 어떤 작전을 들고 나올까.
Posted by 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