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고양이를 키우는 많은 사람들은 "그렇다"고 말할 것 같다.
사실 짐승과 친구로 지내기엔 넘어설 수 없는 종의 차이란게 결코 무시못할 장애가 될 터.
사람과 더 오랜 세월 함께 지냈다는 개들조차 이 간극은 요원하다.
얼마전 TV의 한 다큐에서 본 바로, 사람을 따르는 개들의 행동은 결국
종을 번성, 유지시키고 군집생활을 하기 위한 본능이라고 하더라.
다시 말해서, 본능적으로 인간 그리고 다른 개들과 위계를 정하고
그에 따라 무시하거나 공격하거나 좋아하는 행동을 한다는 것.
손을 내밀면 좋다고 들이대던 우리집 강아지와
나만 보면 으르렁대다 결국은 물기까지한(!) 외가집 강아지의 행동이
결국 같은 맥락에서 행해진 짐승의 행동이었을 뿐이라는 다큐의 명쾌한 해설에
개에 대한 신뢰랄까?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김이 새버리고 말았다.
뭐니뭐니해도 기존 미디어는
술먹고 잠이든 주인을 자신을 희생해서 구했다는 개와
알프스에서 조난된 사람들을 구하고 다닌다는 개와
파트라슈와 함께 걷는 즐거운 나날들에 대해
내게 교육하지 않았던가!
아듀. 파트라슈.얼마전부터 우리집에 손님이 한명 생겼다.
손님이라곤해도 오는 날이 정해져있는 것도 아니고
오기전에 미리 연락을 하고 오는 것도 아닌
어찌보면 불청객일수도 있는 그런 손님이다.
뭐, 하지만 어쩌겠는가.
고양이에게 미리 연락을 달라할 순 없는 노릇이니 그만한 불편은 감수하도록 하자.
이 손님이 손님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은 짐승임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매너를 가지고 있다는데 있다.
놀러올때면 퇴근시간 무렵에 동네를 어슬렁거리다가 나나 나의 아내를 따라오는데
일단 동네 도둑고양이들과 차별되는 붙임성이라 할 수 있다.
고양이에 정통하신 (하지만 자신의 고양이는 잘 컨트롤하지 못하는 듯한) 최모양의 정보에 따르면
러시안 블루 종이라는 얘기를 듣고, 고심끝에
톨스토이라는 예명을 지어주었다.
"러시아"하면 떠오르는게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인 필자가 이 둘중에 발음하기 쉬운 쪽으로 골랐다.
보통은 그냥 "톨"이라고 부른다. 신기하게도 부르면 저를 부르는걸 아는지 부른 이에게 온다. ㅡㅡ;;
아마도 이 손님에게는 저를 좋을대로 부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십수개 혹은 수십개의 이름을 다 기억하려면 참 힘들겠구나.
수개월간 관찰결과 그렇다고 아무 사람이나 따라가는건 아니란 걸 알았는데
어떻게 자신이 친구할 사람을 구별하는지는 이 손님만 알 일이다.
어쨌거나 이 손님이 찾아오면 바깥에서 약간의 다과(?)와 함께 즐거운 스킨쉽의 시간을
제공해주었는데, 그러길 수개월. 날이 추워져서 밖에 나가기 귀찮아진 주인 내외가 이 손님을
집에 들이고야 말았다.
이 바깥생활에 익숙한 손님이 안에선 어떻게 행동할까 조금 걱정이 되는 점이었는데.
놀랍게도! 집주인 내외의 눈치를 보면 조심조심 돌아다닐뿐 다른 사고는 치지 않았다.
(우다다 뛴다던가, 아무대나 볼일을 본다던가, 스크래치를 한다던가, 배깔고 아예 자리를 잡는다던가 ㅡㅡ;;)
조심조심 돌아다니다가 와서 귀염을 떨다가 다시 돌아다니다가를 몇번하다가
문득 생각난듯이 문쪽을 주시하더니 휙 돌아보고
냐옹~ 한번 날려주더니 돌아갔다.
그 냐옹이 "잘 놀다가요"였는지 "다시 올께요"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손님이 되기에 충분한 몸가짐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에도 날씨가 좀 풀리면 놀러오는 이 손님.
이 고양이와 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아니 이미 친구인걸까?
글쎄... 돈꿔달라고 찾아오진 않을테니
친구라해도 부담은 없구나.

톨스토이
Posted by 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