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내가 무엇인가를 고르는 기준은 '이 사람은 믿을만하다'는 사람의 추천인 경우가 가장 많은데 영화에 대해서는 이동진님이 내게 믿을맨 이다.
이 분 조선일보 기자시절부터 추천해주는 영화가 괜찮다 싶었는데 몇년전에 아예 독립하셔서 영화인이 되셨다.(때문에 호칭을 무엇으로 해야하는지가 애매한데... 전직기자라고 하기엔 너무 과거지향적이고, 영화평론가라고 하기엔 이 분이 가지고 있는 포스를 다 내포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그냥 존칭 '님'을 붙였다.) 이 분이 별 네개 이상을 준 영화는 반드시 꼭 챙겨보려고 한다. 그만큼 지금까지 선택이 좋았다는 것.
최근에는 이동진님이 내 마음의 영화의 첫번째로 선정하신 "원더풀 라이프(After Life)"를 보게 되었다. (이동진님의 내 마음의 영화 베스트 10은 여기에서)

영화는 죽음 이후에 일주일간 죽은이들이 겪게되는 공식절차(?)에 대한 일종의 (굳이 분류하자면) 판타지 영화다. 그렇다고 악의 마법사나 정의의 전사가 나오지는 않으니 주의. 영화 속에서는 사람이 출생하면 구청에 출생신고를 하듯이, 죽은 이들이 학교 같은 건물로 가서 일주일 동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기억을 하나 선택하라는 과제를 받는다. 기억을 선택하고나면 그 사람은 그 기억을 제외한 다른 기억들을 모두 잊고 오직 하나의 기억만 가지고 하늘나라로 가게된다는 설정.
말하자면 위 학교같은 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저승사자 같은 역할을 하는 인물들인데, 저승사자로 치자니 차라리 시골 동사무소 직원에 가깝다. 영화가 인간의 죽음을 다루는 방식이 바로 이러하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은 전혀 드라마틱한 무언가가 아니다. 드라마틱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이런 설정을 가지고 영화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들추어보며 관객들로 하여금 '삶이란 무엇일까'라고 자문하게 만든다. 죽음 뒤에 저런 일주일간의 시간이 정말 있을까. 죽음 뒤를 누가 알랴마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영화를 보면서 미리미리 생각해두는 것만으로 이 영화를 본 효과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는 간접경험이고 "원더풀 라이프"는 기분나쁘지 않은 죽음의 간접체험 이니까.
ps) 나중에 안 것이지만 작품의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이고 이 분은 도심 속의 난민아이들의 이야기 "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의 감독이기도 하다. 이 분이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고요하게 그리고 가볍게 지나는 듯이 보이지만 뒤에 남는 인상은 거대하다.

Posted by 망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