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있는데 바깥에서 오토바이 굉음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소리로 봐서는 한대가 아니라 여러대 그것도 꽤 많은 엔진소리였다.
아기가 깰 것 같아서 창문을 닫으러 거실로 나왔는데
신촌로터리를 내려다보니 50대가 넘는 오토바이들이 굉음을 내며
서강대교방면에서 신촌방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이 시간에 안자고 왜 저러고 있을까'를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달리는 모양새가 도가 지나치다.
중앙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어 오가는가하면
아예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차량을 향해 치킨 레이스를 한다.
틀림없이 머리털이 곤두섰을 차량운전자는 먼저 브레이크를 밟는다.
아마도 불법일 듯한 경적소리와
머플러를 손본 듯한 배기음은 이에 비하면 약과지 싶었다.
신촌 방향으로 폭주족들이 사라지고나서
창문을 열고 침실로 돌아와서 누웠는데
잠시 지나자 이번엔 신촌방향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신촌로터리를 지나 어디선가 유턴을 한 모양이다.
다시 창문을 닫고 보니 이번엔 경찰차들이 싸이렌을 울리며 폭주족들을 뒤쫓고 있다.
그리고나서 몇분간 나는 어처구니 없게도 영화같은 장면들을 보게 되었다.
경찰차들이 뒤에서 쫓아오자 폭주족들의 일부는 도로 이곳저곳으로 산개했다.
일부는 샛길로 들어간 모양이고 또 일부는 아무 곳에서나 유턴을 한다.
흡사 물고기떼마냥 흩어지고 다시 뭉치는 까닭에
경찰차들의 추격은 별 소득이 없다.
막나가는 폭주족들을 쫓다보니 경찰차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는 차량과 부딪힐뻔 하기도 하고
한 폭주족을 집요하게 뒤쫓던 경찰차량 한대가 폭주족을 도로 구석으로 몰아가자
폭주족은 도로옆 공사장 바리케이트를 뚫고 달아나는 위험천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후에도 몇번 정도 더 오토바이 행렬이 지나갔던 것 같다.
나는 그냥 창문을 닫고 잠을 청했다.
자면서 '왜 달릴까', '저것도 자유의 일종일까', '폭주족을 잡는 좋은 방법은 뭘까'
이것저것 생각을 했다.
폭주를 '자유'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 모양이지만
타인의 자유를 막는 자유는 없다.
더구나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건 범죄다.
하지만 내가 봤듯이 달리는 오토바이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하다가는 오히려 경찰이 사고를 내거나 당하는 불미스런 일도 생길 수 있다.
차량으로 쫓는것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수단을 통해서는 안될까
폭주족보다 오토바이를 잘 다루는 경찰부대가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대신 그 추격전의 위험부담은 누가 다 짊어질 것이가의 문제가 남는다.
오토바이에 센서를 달아서 특정 신호에 멈춘다든가, 적어도 위치추적을 할 수 있게 한다면?
여기까지 아내에게 이야기했다가. 규제주의자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나는 자유를 사랑하는 규제주의자다 ㅡㅡ;
나는 기본적으로 룰의 가치를 믿는다.
어떤 룰은 정당하고 어떤 룰은 정당하지 못한지의 문제는 차치하고,
룰의 존재를 부정하고서는 어떤 사회도 존재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회적 합의는 소중한 것이다.
어떤 특별한 존재도 합의 밖에 있어서는 안된다.
그것이 특권층이건 범죄자건 아니면 둘 다 이건간에.
내가 진짜 규제주의자가 못되는 것은
모든 규제는 반드시 왜곡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때문에 규제는 단시간에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수행되는 것이 좋겠다.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겠고.
그러니까 폭주족에 관한 한 어떻게 잡을까를 고민하는 것보다
어떻게 달리지 않도록 할까를 고민하는 쪽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더 어렵겠지만.
전자는 실패할테니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집권여당이 "법치"를 외치는 시절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잡혀가고
폭주족은 도망치는 시대에
법이 사람 위에 있어야하는지
사람이 법 위에 있어야하는지
나는 헷갈린다.
Posted by 망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