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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 사람의 떡볶이 by 망고 (11)

사람의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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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아내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갑자기 예전에 즐겨 먹던 포장마차의 떡볶이를 먹으러 신림동으로 가잔다. 포장마차 떡볶이라면 이곳에도 많은데 굳이 버스를 갈아타면서 가야 하는 곳까지 가겠다 하니 한편으론 어이가 없다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그러나 싶기도 하여 따라나섰다.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또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신림9동의 어느 원룸 주택가에 있는 별다를 것 없는 포장마차. 가격은 놀랍게도 떡볶이 1인분 1,000원 오뎅 3개 1,000원. 아내와 둘이서 파와 김을 넣은 뜨거운 오뎅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오뎅 2개와 떡볶이 2인분을 먹어치웠다. 속이 훈훈해지자 삶도 더불어 뜨듯해지는 것 같았다.

맛있었느냐고? 물론 맛있었다. 하지만, 버스를 갈아타가며 가서 먹을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동네에 있다면? 모르긴 몰라도 일주일에 3일 정도는 먹게 될 것 같다. 신림동이라면 글쎄... 임신한 아내가 떼를 쓰기 전엔 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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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그 포장마차는 특별한 곳이었다. 예전에 결혼하기 전 고시공부를 하던 때, 밤이면 그곳의 떡볶이로 허기와 미각을 달래며 공부할 힘을 얻었다고 했다. 힘들게 공부하던 시절 아내가 후후 불며 마셨을 오뎅 국물을 생각하니 당시 그녀의 삶의 무게와 외로움을 위로해주었던 것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직장인 남자친구가 아니라 이 떡볶이와 오뎅 국물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오뎅과 떡볶이가 대통령보다 더 고마웠다.

주인 내외에게 멀리서 먹으러 왔다고 말을 걸자. 아내의 낯은 익은데 내 얼굴은 낯설어서 물어볼까 하던 중이셨단다. 그리고 이곳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공부했던 다른 분도 아직 이 떡볶이를 먹으러 반포에서 온다고..., 아내 같은 사람들이 또 있나 보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떡볶이를 끓이고 오뎅을 삶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이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위를 할 때 시장은 최적화된다'는 애덤 스미스의 자유시장 이론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할까. 3년 전과 같은 가격에 뜨끈한 음식들을 파는 이들에게 말이다. 마음을 빼고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세상엔 있다.

이 포장마차에 내 마음대로 '사람의 떡볶이'라고 이름붙였다. 이제 내게도 이 포장마차는 특별하다. 산다는 것은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도 지구 어느 구석에선가 다른 사람들에게 뜨듯한 것을 만들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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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고

01 6, 2008 11:24 01 6, 20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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