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 ![]() 토드 부크홀츠 지음, 이승환 옮김/김영사 |
'과소비가 괜찮은 것은 책뿐이다.'라고 평소에 주장하기는 하지만, 읽지 않은 책들이 책장에 너무 많은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 머릿속에 넣을 수 없는 지식은 책꽂이에 있으나 서점에 있으나 없긴 매한가지다. 조금씩이라도 읽고 씹어 넘겨 소화를 시켜야 비로소 '과소비가 괜찮은' 단계에 이른다. 책을 읽은 지금 이를 증명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오랜 시간 동안 별러 온 책일수록 그 기쁨은 크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긴 제목의 이 책은 부제에도 달렸듯이 현대 경제사상의 이해를 위한 입문서다. 하버드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최우수 강의상을 받은 저자답게 책은 쉽고 재미있다. 쉽고 재미있는 책들은 주로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정말 명저이거나 아니면 별 내용이 없는 부류다. 물론 이 책은 전자에 속한다. 사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경제학이라곤 고등학교 정치경제 시간에 들은 것이 거의 전부인 나로서는 무슨 무슨 이론보다, 전설적인 경제학자들의 전설적인 생활이 더 기억에 남는다. 예를 들면, 비교우위론의 리카도는 대학교수들을 우습게 알았고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는데, 우울한 인구론의 가난한 맬서스와 친구였다는 이야기라든가. 사유재산에 대해 부정적이던 베블런은 누군가 자신의 별장 앞을 지나가려고 하면 도끼를 들고나와 위협했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게 훨씬 머리에 잘 들어오는 것도 참 문제다 ㅡㅡ;) 이렇게 수박 겉핥기 식으로 휙 훑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한데, 그렇게 함으로써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결국, 경제학도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사람에 대한 것이며(숫자나 도표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지금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대이론이란 존재할 수 없고, 계속해서 정교해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경제학이란 것이 이제 이전의 경제학이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는 것. 최근의 경제학이 심리학, 사회과학, 심지어 공학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것은 이런 생각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경제학자들에게 모호하고 난해하다는 평은 어쩌면 최고의 찬사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때그때 다른 이론을 내세웠던 케인스 같은 인물에게는 경제현상의 인과관계가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만큼이나 잘 보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는 것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별개로 말이다. 경제학이란 단어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보기 드문 이 명저를 멀리하는 분들이 없길 빈다. 한 분야의 고수는 다른 분야를 아우른다지 않는가. 책장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경제학자들의 눈빛도 좀 너그러워질 것 같다. 나는 숙제를 해치웠는데,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 |
Posted by 망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