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알쏭달쏭한 제목을 가진 두권의 책 중 하나 Rosso편을 읽었다. 소설은 아오이의 시각에서 차분하게 진행된다. 작중 본인의 말처럼 마치 다른 사람들의 세계와 막으로 구분된 듯이. 그녀의 삶을 냉정과 열정 두가지로 가른다면 냉정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주변사람들은 '변했다.', '사람을 멀리한다.'고 걱정스레 얘기한다. 그렇다면 과거의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녀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잠깐잠깐 회상을 통해 몇가지 장면들이 나올 뿐이지만 그것만으로 많은 것을 알 수는 없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가 단 한사람의 남자에게는 열정이었다는 것이다. 그 열정이 출구를 잃고나서 그녀는 다시 냉정으로 돌아온다. 차갑고 편안하고 게으른 삶. 다른 사람들로부터 심정적으로 격리된 삶.
그녀의 열정은 그녀가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어보았을 10년후 피렌체의 두오모의 약속을 유일한 열쇠로 깊이 봉인된 듯하다. 그리고 그 때까지의 시간은 지나가야할 견뎌가야할 시간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그녀는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쥰세이를 만난다. 기적처럼.
10년 후 약속을 한다라, 3년만기 적금도 부담스런 나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세월은 틀림없이 흐르고 10년전의 자신은 지금의 자신과 틀림없이 다른 사람이다. 그 틀림없는 다른 사람을 꼭 만나고 싶거든 말리지 않겠지만, 그것보다는 지금 고개를 돌려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잘 지내시죠?', '아.. 네.. 뭐 그럭저럭..' 그리고 침묵. 아오이와 쥰세이도 별 할 얘긴 없었다. 이미 자신들의 속에 있는 상대에게 10년동안 얘기를 했을테니 말이다. 그건 타자가 아니다. 그건 그냥 자기 자신이다. 아오이씨는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할 것 같다.
Posted by 망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