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갑자기 내가 눈이 먼다면?
그리고 모든 인류가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어제와 같은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지 않으리란 것은 분명하지만 책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조금 더 나아간다. 볼 수가 없음으로 해서 사유재산의 범위가 불명확해지고, 유지보수할 사람이 없으므로 상하수도 시설이 기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생산, 소비, 정치, 교육, 종교 등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이 폐허로 돌아갈 것이다. 눈먼 사람의 입장에서 눈먼 세계의 모습을 이렇게나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역량은 놀랍고 재미있다.
소설 속의 눈먼 사람들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 인간성이라고 부르는 것이 "본다"라는 동사 즉, 눈이 있음으로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라는 회의를 던진다. 성경도 "빛이 있으라"로 시작하지 않는가. 빛이란 "눈"을 전제로만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굳게 믿어온 문명이라는 탑도 알고보면 그리 튼튼한 기반위에 성립되어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 진정으로 눈에 감사할 일이다. 그리고 그 눈으로 부정, 부조리, 불합리에 저항하고 문명을 더욱 드높일 일이다. 눈을 가지고도 그렇지 못한다면 그저 짐승에 다름없지 않은가. 인간은 짐승이 아니다.
Posted by 망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