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를 찾는 여행의 시작은 아버지의 오디오였다.
아버지께서 고심끝에 QUAD로 업글을 단행하셨을때 난 아마도 중학교때였던 것 같다.
당시 아버지는 틈만나면 오디오잡지를 보시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셨으니
지름신은 그때나 지금이나 바빴었을 것이 분명하다.
아버지의 업글이후 남겨진 예전 오디오는 고스란히 창고로 들어갔는데
훗날 대학생이 되어 집에서 나와살게되면서 '이거라도 쓰자'는 기분으로
아버지께 오디오를 택배로 부쳐줄 것을 요청드렸다.
택배를 어찌나 꼼꼼히 포장하셨는지
포장을 벗기는데 꽤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정도로 아끼셨던 OLD 오디오는
테크닉스 SE-C 01 (파워앰프), SU-C 01 (프리앰프).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작은 내방을 채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소리를 내었던 까닭에
나는 내게 주어진 행운을 그 가치도 모른채 한참을 누렸던 것이다.
그 행운을 깨닫게 된 것은 실수로 110V 파워앰프에 220V를 물리면서 부터였다.
'퍽'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운명한 파워앰프를 뒤로 고문과 같은 시간이 흘렀다.
괜찮다고 알려진 PC스피커를 물려보기도 하고
심지어 버려진 파워앰프를 주워다가 물려보기도 하고
왠지 오랜된 오디오를 잘 고칠 것 같은 전파상에 맡겨보기도 했으나
나의 오디오 살리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예전과 같은 소리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다.
만원짜리 PC스피커가 내는 소리는 공간을 만들지 못하고 텅텅거리거나 쨍쨍거렸고
꽤나 괜찮다는 2.1채널 스피커는 저음은 웅웅거리며 음을 뭉개버렸다.
가격대 쓸만하다는 스피커를 여럿 들어보았지만
예전 소리는 나지 않았다.
음악을 틀면 스피커로부터 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소리가 채워지는 느낌.
젊은 시절 아버지가 찾았었고, 내가 물려받았다가 잃어버린 그 소리.

그 소리를 찾았다. BOSE Companion 2.
비싼 가격(150,000원

)에 망설임도 있었지만 여기서 파워앰프를 사려고 했다간 더 큰 비용을 감당해내야하는 시점이라 가격이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소리를 찾을수 있다면 해볼만한 지출이라고 스스로 변명을 해가면서 용산에 가서 BOSE매장을 찾아 소리를 들었다.공간을 채우는 소리의 존재감.
손에 잡힐듯 선명하고 밀도있는 음.
소리야. 니가 나를 불렀구나. 고맙다.
집에와서 CP2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이 시간 너무 행복하다.
소리를 찾는 여행은 이것으로 한 시기를 지나갈 것 같다.
아버지가 테크닉스에서 찾으셨던 것을
나는 BOSE CP2에서 찾았으니
아마도 난 아들에게 이 녀석을 물려줄때까지 가지고 써야겠다.
Posted by 망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