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아침. 퍼진 차문제를 해결하러 일찍 일어나서 리셉션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어제의 긍정적인 생각들은 아마도 어쨌든동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의 결과물이었던 것인지 리셉션으로 가는 동안 합리적 이성이 돌아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째, 차고장의 상태와 경험상 고장은 하루 이틀에 고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둘째, 리조트의 리셉션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가까운 카센터를 알려주는 것 정도일텐데, 그렇게 수리를 하게되면 수리되는 동안 포르투갈에 머물러야합니다. 일주일이건 이주일이건. 추가로 늘어나는 비용문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당장 모레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하는 일행이 있어서 더욱 문제였습니다. 이곳 카센터를 믿을 수 있는가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리셉션에 문의하니 역시 가까운 카센터를 알려줍니다. 그것도 제대로된 카센터가 아니라 근처 주유소에 차를 잘 고치는 사람이 있다는 정도였습니다. 그 분이 기어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해줄 것이란 생각은 안들었습니다. 일단, 막다른 골목.
차가 퍼졌을때 정석은 역시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보험사입니다. 정석대로 가기로하고 리셉션에 보험사 전화번호를 문의하니,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알려줍니다. 보험사 상담원이 영어를 할 수 있을지 물어보니 "They should"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음... 안되면 리셉션에 통역을 부탁할 생각이었는데, 할 수 있는게 당연하다니 직접 통화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일행을 아침식사하러 보내놓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따르릉따르릉. 딸깍. #@#$@#%#$%$$%$%#$%$%#$%#$%$
식은땀이 좍 납니다. 아무래도 포르투갈어인 것 같습니다. 거기다 자세히 들어보니 사람이 아니라 ARS 시스템입니다. 무슨 번호를 누르라는 것 같습니다. 이럴때 한국에선 무조건 0를 눌렀겠지만 포르투갈이 어떨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할 수 없이 다시 리셉션으로 갑니다. 사람이 아니라 머신이 받아서 포르투갈어로 쏼라쏼라한다 그랬더니, 미안하다며 주말 긴급전화번호가 아니라 평일용 일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답니다. ARS의 내용은 근무시간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일반 전화번호로 전화를 겁니다.
따르릉따르릉. 딸깍. $%#$%$%^$%^#@#$#$@#$!@$!@#!@#@
아. 사람이 받긴하지만 역시 포르투갈어입니다. 당연하지요, 여기는 포르투갈이니까요. 살포시 운을 떼어봅니다.
나: Hi, do you speak English?
보험사: Yes, what can I help you?
보험사 만세. 어쨌거나 차가 여행도중 고장났다고 어떻하냐고 문의하니, 차량이 소속된 국가를 물어봅니다. 전화건 곳은 포르투갈 차량만 처리를 할 수 있고, 스페인 차량은 스페인 담당이 따로 있답니다. 다시 전화번호를 알려줍니다. 고맙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다시 새 전화번호로 전화를 겁니다.
따르릉따르릉. 딸깍. Hola, buenos dias. %$@%#$%#@#$@#%$#$%#$%
이번엔 스페인어입니다. 올라. 부에노스 디아스까지는 반갑지만 그 이상은 무리입니다. 다시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영어로 답해줍니다. 보험사 상담원은 모두 바이링구얼 쯤 되는건가요? 암튼, 현재 상황을 설명합니다. 차량 상태를 물어보기에 알려주니 역시 기어문제를 의심합니다. 차를 픽업하러 트럭을 보내주겠답니다. 트럭이 차량을 가까운 지정 카센터에 맡기면 그 카센터에서 상태를 봐서 그 곳에서 수리를 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보내야하는지 다시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Muchas gracias, Josep! (자신의 이름이 h가 없는 죠셉이랍니다)
트럭이 오기까지 시간이 있어서 아침식사를 하러간 일행과 조우합니다. 땀흘린 후 먹는 식사는 역시 꿀맛이지요. 그게 진땀이라도 말입니다. 식사를 끝내고 트럭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일행은 먼저 야외 수영장으로 갔습니다.
트럭은 약속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습니다. 트럭 운전사는 영어나 스페인어를 못하는 포르투갈 사람입니다. 손짓발짓까지 동원해도 의사소통이 안되니 자신의 전화로 보험사를 연결해줍니다. 보험사왈, 트럭 운전사가 차 상태를 보니 의심할 것 없이 기어문제니 수리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여행을 언제까지 하냐고 물어봅니다. 주말동안 온 것이고, 일행이 모레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한다고 우는 소리를 했더니, 보험사에서 차를 스페인에 있는 우리집 근처의 카센터로 보내주고, 우리에게는 스페인으로 돌아갈 택시를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오잉? 좀 구차하지만 그거 돈 내는건가요 물어봅니다. 아니랍니다. 아. 보험사가 이렇게 천사일 수도 있는건가요? 이렇게 보험사는 모든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주었습니다. 가깝다보니 택시가 국경을 넘어서 다니는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안녕. 스페인에 가서 보자.
모든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고나니 주변이 눈에 들어옵니다. 갖가지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만개해있고, 하늘은 푸릅니다. 이제 즐겨야지요.

야외 수영장에 가니 벌써 썬베드는 모두 사람들이 차지해버렸습니다. 가지고간 큰 수건을 잔디위에 깔고 자리를 잡습니다. 누워서 따땃한 햇볕을 쬐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누워있다가, 뜨거우면 아이랑 물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잔디에서 공놀이도 합니다.
놀다가 배가 고파져서 수영장 옆에 레스토랑으로 가서 연어 스테이크를 시켰습니다. 가격은 스페인보다 조금 싼 것 같습니다. 요리를 조금 기다렸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연어 스테이크를 익히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친절히 설명해주십니다. 스테이크는 비리지않고, 담백하면서 고소했습니다. 식사시간이 되니 동네 고양이들이 몰려와서 식탁밑에 자리를 잡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다시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문제가 있을때는 쓸거리가 많았는데, 문제가 없으니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쓸거린 별로 없습니다. 이래서 전쟁문학이 많은건가요?
이렇게 해가 지고, 조금 추워진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메뉴는 가지고간 재료로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하고 지역마켓에서 산 스페인산 와인을 곁들였습니다. 아이는 수영장에서 실컷 놀아서 체력이 소진했는지 일찍 잠들었습니다. 내일은 여행의 마지막날 알부페이라 해변으로 나가보렵니다.
Posted by 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