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온가족이 부산으로 내려올때의 일이다.
새벽에 경부고속도로에서 유조차 사고가 나는 바람에 아침부터 명절 귀성행렬을 연상시키는 차 막힘을 경험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가다서다에 지친 나와 아기엄마는 배도 고파지고 화장실도 가고 싶어져서 지나던 휴게실에 들렀다.
하지만 휴게실 또한 인산인해를 이루어 애초에 뭐 좀 먹고, 아기도 좀 뛰어놀게 하자던 계획은 급 취소. 화장실만 잠깜 들렀다가 다시 출발하기로 하고, 내가 먼저 화장실에 다녀온 뒤 아기엄마와 교대를 했다.
아기엄마를 기다리는 사이, 덥고 시끄럽고 어지러운 상황에서 잠시 피해있고자 "산소유아 휴게실"이란 곳에 들어갔다. 그곳은 '이야. 우리나라도 발전하고 있긴 한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곳은 아기가 쉬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시원하고, 조용하고, 아기를 돌보는데 필요한 것들이 잘 갖추어져있었다. 아기침대, 기저귀 교환대, 젖병소독기, 전자렌지 그리고 구석자리엔 커텐이 있는 칸막이로 수유실까지.
사람도 아무도 없고 내려놓아도 안전하겠다 싶어서 아기를 내려놓았더니, 금새 아기는 뛰어서 휴게실안을 돌아다닌다. 모서리에
부딪히는 것을 막으려고 뒤를 쫒아다니는데 문득 갑자기 등 뒤 수유실 쪽에서 사람기척이 느껴졌다. 커텐이 모두 열려있어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사람이 있었나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난 기색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가 여기 들어오시면 안되죠."
나는 당황한 나머지 잠시 할말을 잃었다. 이곳은 금남의 구역이었던 것일까. 그런 안내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나는 솔직히 그런 말은 어디에도 써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여자분은 수유실인데 어떻게 남자가 들어오냐고 다시 따지듯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수유실은 지금 계신 그곳이고 그 때문에 커텐이 달려있는거 아니냐고 대답했다. 짜증스런 대화는 이내 여자분의 수긍할수 없음과 나의 당황스러움을 남기고 종료되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자분의 생각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 싶다.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이 아기를 전담하여 키운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보니 유아휴게실이면 여성휴게실로 간주되는 것는 것이다. 유아휴게실 한 구석에 자리잡은 화장대와 여자화장실과 연결된
통로가 그런 생각을 증명한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정말 유아휴게실은 유아와 여성들만의 장소인걸까? 그래야만 하는것일까? 그
여자분의 남편분은 안그럴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기 기저귀도 갈아야되고, 분유도 먹여야되고, 업어서 재우기도 해야한다. 엄마들이여, 남편들에게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자고 잔소리만 하지말고 생각을 좀 바꾸자.
Posted by 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