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도 올 수 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불행은 사람을 가리지 않지만, 문제는 불행 자체보다, 과거의 영광에 매달려 있는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일수록 더 불행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어디나 변화는 아직 '열심히 살아'볼 새도 없었을 젊은 피로부터 시작된다. 지구촌 어느 구석에선 힙합댄스를 한다고 부모님의 속을 태우고 있을 때, 영화에서는 두드려 맞으면서까지 훌라댄스를 하겠다고, 이게 아니면 내 인생은 광부의 아내로 끝날 것이라고 눈물을 머금고 소리치는 소녀가 있다. 탄광촌의 젊은(어린) 소녀들은 탈출구가 필요했고, 망해가는 석탄회사는 새로운 사업이 필요했다. 젊은 피와 자본가의 수요와 공급이 '열심히 살았던' 어른들의 투쟁(정?)을 훌쩍 넘어서는 지점에서 만나는 순간, 추운 탄광촌에 낙원 하와이가 만들어진다.
하와이. 따뜻한 남국의 섬에서 만들어진 반라의 나긋나긋한 훌라춤이 어째서 일본의 추운 탄광촌에 생기는 거냐고 묻지 말자. 석탄 회사의 감원 인력들을 재고용할 대규모 프로젝트가 필요했다는 것이니, 그냥 강원랜드 같은 것으로 생각하자. 카지노는 되고, 하와이는 안될 것도 없으니.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부곡 하와이가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지금도 있을까?)
그렇게 조합된 인공의 하와이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테마파크 스파리조트 '하와이언즈'라는 이름으로 여행책자에도 소개되고 있다. 탄광에서 관광지로, 참으로 드라마틱한 변신이다. 그런데 어떻게 대를 물려 석탄을 캐던 사람들이, 대를 물려 훌라춤을 추게 된 걸까. 변신의 과정이 도저히 그려지지 않는다.
영화의 내용만으론 실제 사실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광부 딸들의 훌라춤을 보려고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이럴 때 우리는 책임지지 못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관광지가 성공하려면 사람이 모여들어야 한다. 사람이 모이려면 놀거리,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마침 탄광 지하에는 온천수가 흐르고 있다. 바로 그거다. 온천.
하와이는 낙원의 다른 이름이었을 뿐, 하와이언 센터는 사실 온천단지였던 걸거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부곡 하와이도 온천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피였던 걸까.) 그곳에서 훌라춤은 온천의 꽃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온천을 가서 공연을 볼 수는 있지만, 공연을 보러 온천을 가진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광부의 아내와 딸들이 아니었더라도 괜찮았을 것을 굳이 그들이 직접 광부의 아내에서 댄서로 변신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광부였던 그들의 남편들이 리조트 직원으로 고용되었다면 더더욱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경영자들에게 기립박수를 쳐주고 컨설팅을 의뢰할 일이다.
너무 멀리 갔다. 다시 돌아오자. 영화에는 탄광의 온천을 어떻게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비즈니스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 건 다큐멘터리에서 기대하도록 하자.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역시나 아오이 유우의 훌라춤이다. 그녀의 훌라춤을 보면서 춤바람난 그녀를 집에서 쫓아낸 엄마와 그녀에게 춤을 가르친 알콜중독 + 빚쟁이 스승과 그냥 놀러 온 총각들과(응? 왜 놀러 온 거냐?) 영화를 보는 많은 청년, 아저씨들은 모든 갈등을 해소하고 대동단결, 하나가 된다. 아름다운 밤이다. Aloha.
Posted by 망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