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로다. 프로는.. 피곤하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한겨레출판
언젠간 읽어봐야지라고 생각만하고 있었는데 회사 도서관에서 발견.

책의 첫머리엔 이렇게 써있다.
"1할2푼5리의 승률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그래서, 친구들에게"

웃으면서 읽었지만 즐겁지만은 않았다. 프로가 되버린 세상에 여유로운 인간적인 삶이란 도태되어버린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답답해졌다. 하루 24시간중 잠자는 시간 7시간을 빼고 업무시간 10시간을 빼고 다시 업무로 인한 피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 4시간을 빼면 3시간 정도가 남는다. 그 3시간이 내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온전한 내 인생.

그런데 프로의 세상은 이 한 뼘의 내 인생마저 마음껏 보내서는 안된다고, 뭔가 해야한다고 다그친다. 외국어를 공부하고, 회계학을 공부하고, 경영학을 공부하고, 좀더 좀더 머리속에 많이 집어넣어서 좀더 많은 분량의 일을 할 수 있어야한다고... 누구를 위해 살고있나? 아침일찍 일어나 학원을 가고, 출근을 하고, 야근을 하고, 퇴근을 해서 잠드는 인생은 과연 허송세월이 아닌건가? 그러다 생을 마쳐야한다면 후회가 없을 것인가?

소설가의 통찰을 정말 놀랍다.

다음은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한 토막. 디즈니랜드는 모든 종류의 얽히고 설킨 시뮬라크르들의 완벽한 모델이다. (…) 디즈니랜드는 <실제의> 나라, <실제의>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거기 있다. ( 마치 감옥이 사회 전체가 그 평범한 어디서고 감방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거기 있는 것과 약간은 유사하게 ). 디즈니랜드는 다른 세상을 사실이라고 믿게 하기 위해 상상적 세계로 제시된다. (…) 이 세계가 어린애 티를 내려 하는 이유는, 어른들이란 다른 곳, 즉 <실제의> 세상에 있다고 믿게 하기 위해, 그리고 진정한 유치함이 도처에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이며, 어른들의 유치성 그 자체가 그들의 실제 유치성을 환상으로 돌리기 위하여 여기서 어린애 흉내를 낸다. ( <시뮬라시옹>, 39-41쪽 )

소설가에 따르면 프로야구는 <실제의> 세상이 프로가 되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하여 기능했던 것이다. 온 나라가 프로야구로 들끓었던 그 때 꼴찌팀은 해체되었고, 꼴찌 사원은 퇴출되었다.

Posted by 망고

2005/03/29 11:16 2005/03/2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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