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D+200일


요랬던 녀석이


요렇게 되는데 200일이 걸렸습니다.

군대에서는 밤근무가 없는 날을 '긴밤'이라고 부른다. 자다가 일어나서 2시간 근무를 서고 다시 자봤자 별로 잔 것 같지 않아서 '긴밤'인 날에는 정말 뿌듯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심지어 실컷 자다가 깨서 시계를 봤는데도 아직 한참을 더 잘 수 있는 행복한 날이 긴밤이었다)

그 때의 '긴밤'과 반대로 오늘은 돌보미 선생님이 오시지 않는 '긴낮'의 날이다. 하루종일 아기를 돌봐야하기 때문인데 시간이 엄청나게 흐른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겨우 한시간 혹은 두시간이 지나가 있다. 그래서  '긴낮'이 있는 날에는 전날밤부터 좀 긴장된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릴까.', 그리고 또 '몇번이나 정신을 잃을까' ㅡㅡ;;;

이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는 '긴낮'이 거의 끝나간다. 비교적 평온한 하루였다. 그만큼 아빠노릇이 적응이 된걸까 아니면 아기가 지쳐쓰러지는 아빠에 적응이 된걸까. 아기가 마지막 남은 모유를 싹 비우고 잠든 사이 엄마가 퇴근해오기를 기다리면서 이 글을 쓴다.

세상에 나온지 200일이 된 성현이는 이제

고개를 가누고, 뒤집고, 다시 되뒤집고
발을 빨고, 손으로 딸랑이를 능숙하게 쥐고
한 손으로 쥐었던 물건을 다른 손으로 옮겨 잡고
배밀이를 하며 뒤로 가고
혼자 엎드려 뻗쳐를 하고
간간이 '어부마', '어부마'를 하며
한번에 모유를 180을 먹고
2단계로 사용하던 젖병꼭지를 3단계로 바꾸었고
이유식을 60씩 숟가락으로 잘 받아먹고
많이 흘리지만 컵으로 물마시는 법을 알게 되었고
몸무게가 7.8kg이 되었고
엄마, 아빠를 보면 활짝 웃고
엄마, 아빠가 안보이면 서럽게 울 수 있게 되었다.

200일이면 사람은 이런 놀라운 것들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아기를 직접 키워보기 전에는 몰랐었다.

뒤에서 잡아주면 제법 힘을 주어 걷는 시늉을 하는데
꼭 몇걸음씩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다가
고개를 돌려서 아빠와 눈을 맞춘다.
마치 거기에 아빠가 있는지 확인하는 듯이...
눈이 마주치면 활짝 웃어준다음
다시 자기 갈 길에 열중한다.
어디까지 가나 잡고 따라다녀보니
베란다 창문으로 가서 유리창을 두드리며 놀다가
내부 습도를 위해 마루에 들여놓은 빨래건조대로 가서는
널려있는 수건 몇개를 잡고 당기고 물고 난리다.
부모란 것이 이런건가 싶었다.
아이가 갈길을 가는 것을 뒤에서 지켜봐주는 사람.

이 녀석이 앞으로 집밖으로 나가서 친구를 만들고
한 사람 몫으로 주어진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 나를, 아빠를 필요로 할 것이다.
아빠가 아기때 그랬듯이...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깨닫게 되는 건
뭐니뭐니해도 부모님의 사랑이다.

Posted by 망고

12 4, 2008 19:40 12 4, 200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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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길 2008年 12月 06日 00時 15分 # M/D Reply Permalink

    ㅎㅎ 슬슬 돌이 다가오는군요:)

    1. 망고 2008年 12月 04日 20時 58分 # M/D Permalink

      아직 쫌 남았어 ^^

  2. terminee 2008年 12月 04日 21時 27分 # M/D Reply Permalink

    아기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형 애 키우는 이야기 읽는 거 재미있네요.
    잡아주면 걷다가 아빠를 확인하고 웃어주고... 크크

    우리 부대는 밤근무 없는 사람을 '백골'이라고 불렀어요.
    "너 오늘 백골이냐? 고참 근무나가는데 밤새 자서 좋겠다?" 뭐 이렇게... 크크
    아무리 백골부대라지만 아무데나 백골을 갖다 붙이는... -_-;;;

  3. [RA]Penguin 2008年 12月 04日 22時 55分 # M/D Reply Permalink

    헤헤 이제 머리카락이 엄청 풍성하네요.
    그런데 아기가 벌써 저 때면 옹알이를 하는군요 생각보다 빠르네요 ㄷㄷ

    1. 망고 2008年 12月 05日 16時 18分 # M/D Permalink

      응 이제 머리 한번 잘라줄 때가 됐어 ^^
      보는 사람에겐 빠르지만 기르는 사람에게는 음...

  4. & SangMi 2008年 12月 05日 09時 14分 # M/D Reply Permalink

    정말 많은 변화와 발전과 사랑이 가득한 200일입니다.

    1. 망고 2008年 12月 05日 16時 17分 # M/D Permalink

      쑥쑥이도 잘 크고 있지?

  5. yool 2008年 12月 05日 09時 26分 # M/D Reply Permalink

    지난 200일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200일이 된 우리 아기는 점점 더 자라
    걷기도 하고, 엄마, 아빠 말도하고
    나중에는 땡깡도 부리겠지요...

    그래도 그 모습이 가슴벅찰 거 같습니다.

    아기가 크면서 정말 부모님 사랑을 절절히 느낍니다.
    부모님께 더 잘 합시다^^

    1. 망고 2008年 12月 05日 16時 16分 # M/D Permalink

      자기도 수고했고, 수고하고 있어요.
      3월에 어린이집으로 간다니까 벌써부터 보고싶어지네.
      낮에 퍼져서 자지만 말고 열심히 이쁜 아가 사진을 찍어놔야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카메라 수리부터.. (해야하는데 그 전에 바쁜 일들이 너무 많아서 언제 고치지? ㅡㅡ;;;)

  6. 윤미 2008年 12月 05日 18時 31分 # M/D Reply Permalink

    성현이 200일 축하드려요!! :) 윤래 & 망고씨. 200일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
    정말 특별한 200일으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으시겠네요 -

    1. 망고 2008年 12月 08日 14時 45分 # M/D Permalink

      감사합니다~ (아! 늦었지만 책도 감사히 잘 받았어요 ^^ 책에 나오는 미루랑 성현이가 태어난 시기가 비슷해서 날짜랑 비교해서 읽으면 참 비슷해요 ^^ )

  7. sha 2008年 12月 05日 23時 53分 # M/D Reply Permalink

    웅 감동 ㅠ.,ㅜ

    1. 망고 2008年 12月 08日 14時 46分 # M/D Permalink

      ^^

  8. sunny 2008年 12月 08日 13時 31分 # M/D Reply Permalink

    성현이 요가하는 거야? ㅋㅋ
    엎드려서 수퍼맨하는 저 동작 요가학원에서 바들바들 떨면서 하는건데.. ^^;

    머리 기니깐 어린이 같아...
    다 컸네! ^^

    1. 망고 2008年 12月 08日 14時 46分 # M/D Permalink

      저 사진이 특히 어린이스럽게 나왔어. 하지만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가랍니다 ^^;; 저런 동작 자주하는데 그러니 얼마나 피곤하겠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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