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로 하는 불어공부

축구선수 박주영 덕분에 프랑스 기사를 국내 언론이 번역하는 걸 볼 수 있게 됐다.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두 기사를 비교해보는게 꽤 재밌다.
예를 들어, 오늘 기사를 보면

...축구전문사이트인 풋볼365(football365.fr)은 "박주영은 모나코의 항상 도움을 주는 선수다. 박주영은 공격할 때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식간에 악마로 돌변해 그라운드를 휘젓는다"며 박주영의 절묘한 패스 및 저돌적인 돌파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사원문

라는 기사가 있는데 원문은 이렇다.

PARK : Toujours aussi volontaire, le Coréen s'est dépouillé comme un beau diable sur le front de l'attaque. 기사원문

불어를 아시는 분은 번역이 지나친 의역이라는걸 알 수 있다.
거칠게 번역을 하자면

박(주영) : 언제나처럼 자발적이다. 이 한국인은 마치 아름다운 악마처럼 공격할 때는 완전히 달라진다.

정도가 된다. '모나코에 항상 도움을 주는 선수'라든가 '그라운드를 휘젓는다'든가 '아름다운 얼굴'이라든가 하는 내용은 없다. 물론 박주영이 경기에서 골과 다름없는 기여를 하긴했지만  (박주영이 슛한 것을 상대골키퍼가 쳐냈고, 그것을 동료공격수 니마니가 가볍게 차넣었다.) 외국어 기사를 옮기려면 좀 더 신중해야하지 않을까. 박주영이 골에 관여한 부분은 원문에 이렇게 나온다.

Alonso s'enfonce plein axe dans la défense nancéienne, avant de servir en profondeur Park. Le Coréen bute sur Bracigliano, sorti à sa rencontre. Le ballon revient sur Nimani, qui marque dans le but vide.

알론소가  낭시의 수비를 뚫고 안쪽에 있던 박(주영)에게 패스했다. 이 한국인이 골키퍼 브하씨글리아노를 상대로 슛을 했으나 공은 골키퍼의 손에 맞고 니마니에게 흘렀다. 니마니는 골대가 빈 틈을 타 득점했다.


박주영 잘하고 있잖아~!

Posted by 망고

2008/10/30 15:31 2008/10/3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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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rminee 2008/10/30 17:38 # M/D Reply Permalink

    청소년대표 때 너무 빛나버려서 빛을 잃은 것 같았는데
    요즘 저기 가서는 괜찮게 하는 모양이군요.
    불어와는 관계 없는 댓글. 크크

    1. 망고 2008/10/30 17:44 # M/D Permalink

      저 장면은 박주영이 슛을 때렸다기보다는 골키퍼를 넘기거나 맞혀서 굴절시키려고 한 것 같은 느낌. 실제로 골을 넣은 니마니는 두고 절묘한 스루패스를 한 알론조와 박주영 둘이서 좋아하는 장면을 카메라가 계속 잡네 ㅋ

  2. [RA]Penguin 2008/10/31 11:48 # M/D Reply Permalink

    헐 윗 댓글 압박 ㅋㅋ
    뭐 저런 번역 하루이틀도 아니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죠 이젠 ㅋㅋ

    1. 망고 2008/10/31 15:44 # M/D Permalink

      삭제했삼. 뭐 이건 어떻게 할수가 없네. 연결성이 증가하면 노이즈가 끼는건 어쩔 수 없지. 디지털 시대의 화두지 싶다.

  3. sha 2008/10/31 20:10 # M/D Reply Permalink

    PARK : Toujours aussi volontaire, le Coréen s'est dépouillé comme un beau diable sur le front de l'attaque.

    박주영 : 항상 열의 있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는 이 한국인 선수는 공격이 시작되자 완전히 돌변해버렸다.
    'comme un beau diable'는 대단히, 맹렬히 라는 뜻.

    두 번째 발췌문의 번역은 좋아요 ^^ plein axe와 en profondeur를 살려줬어도 더 좋았을 것 같음. 정면돌파와 깊이 찔러주는 패스 어때? 우히히 난 스포츠와 관련된 표현은 잘 몰라서...

    우리나라 선수가 외국의 유수 클럽에서 뛰는 일이 아직까지는 드문 만큼 어떻게서든지 미사여구와 과장을 동원하여 embellir 하는 게 애국이라고 이 기사를 옮긴(아니 새로 쓴 -_-) 기자는 내심 믿고 있었을지도 몰라. 스포츠 기사들은 대부분 온갖 비유와 '창작'으로 들썩거리긴 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박주영은 공격할 때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식간에 악마로 돌변해 그라운드를 휘젓는다"는 가도 너~~~~~~~~~~~무 멀리갔다. ;;;;;; 소름끼쳐. 마음대로 원 불어 표현을 토막쳐 놨잖아. beau 하고 diable만 쓰면 다야? 제대로 하란 말이다 제대로~ 불어하는 사람들 꽤 많다고~~

    1. 망고 2008/10/31 23:49 # M/D Permalink

      comme un beau diable가 그런 뜻이었군. 이런 비유적인 표현 너무 어려워. plein axe는 아무리 찾아도 무슨 뜻인지 대충밖에 모르겠어서 그냥 빼버렸고, en profondeur는 '안쪽에 있던'으로 해석했지요.. ㅎㅎ 나도 좋은 번역이라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없는 내용을 덧붙이진 않았잖아 ㅡㅡ;;; 라고 자기위안

  4. piper76 2008/11/05 15:37 # M/D Reply Permalink

    사라의 지적에 대해서 반대를 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 민규의 번역 자체도 좋은 것 같은데... 예를 들어서 "꽁지가 빠지게 도망갔다."라는 우리나라 말을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꽁지가 빠지게"를 "열심히"로 해도 되겠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라면 "꽁지가 빠지게"를 그대로 살려 번역해도 될 듯 한데... 그만큼 열심히 도망갔다는 비유적인 표현이잖아. 오히려 다른 문화에서도(여기서는 우리나라 문화에서도) 통할 수 있는 정도라면 원문 그대로 살려서 하는 번역이 제일 좋을 듯.. 그런 의미에서 민규번역도 훌륭하다고 생각... 물론 Why such a long face?(왜 그렇게 시무룩해요?) 를 『너 얼굴이 왜 그렇게 기다랗냐?』는 말로 번역을 해버리는 것처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면 안되겠지만.... 왜냐하면 뜻이 안통하잖아. (영어로 그냥 예를 들께. 프랑스어 안쓴지가 억만년은 되었으니 ㅋㅋ) 당연히 스포츠신문 기자처럼 쓸데없는 첨언을 붙이는 것도 말도 안되는거고 ( 저건 그냥 불어를 못하는거거나, 기사거리가 궁했거나 ㅋㅋ )

    1. 망고 2008/11/05 16:20 # M/D Permalink

      뜻을 알고서 그 비유적 의미를 살려서 쓰려고 했다면 모르지만, 내 경우엔 그런 뜻인줄 모르고 직역한 것이기 때문에 사라의 지적이 온당하다고 본다. 일단 어느 수준에 이르러서야 비유적 표현을 직역할 것인지 의역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네.

  5. sha 2008/11/05 23:27 # M/D Reply Permalink

    원문장의 틀, 구성, 어휘에 얽메이지 않고(가끔은 얽메여야 할 떄도 물론 있죠) 그 '의미'(여기서 '의미'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심오할 뿐더러 가슴 아픈 말인지 모르겠네요)를 살려서 독자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표현으로 옮기는 것이 좋은 번역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때에 따라 직역이 그 방법이면 직역을 의역이 그러하다면 의역을 해야겠죠. piper76님(죄송한데 누구신지 모르겠어요)도 그런 맥락에서 말씀하신 것 같고요. 그런데 저는 아직 원문에 손을 대는 것이 너무 두렵습니다........흑흑흑

    되도록이면 다른 무언가를 덧붙이지 않고, 번역가의 개입은 최대한 자제하는 방향으로, 주어진 것 내에서 할 수 있는 한 원문과 가깝게(그러면서도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거!) 옮기려고 노력하는데 참....정말 어렵고.....괴로운 작업입니다......

    1. 망고 2008/11/06 00:35 # M/D Permalink

      1. 조광이입니다.

      2. 번역은 새로운 글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사람도 있었으니 결국엔 의미를 옮기는게 가장 좋은 번역이겠지요. 사라가 말한대로 '의미'라는게 옮길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의미는 마음속에 있는거에요라는 의견, 불확실한 '의미'전달 수단으로서 언어를 사용하면서 인류는 전쟁도 하고 사랑도 하고 투표도 하고 민주주의도 하고 별걸 다해요.) 어쨌든 번역이라는 작업 자체가 의미는 전달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임으로 생각해볼때, 작자의 머리속에 있던 관념이 독자의 머리속에 그려지면 가장 좋은 번역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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