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논쟁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와 관련해서 뉴스를 보다가 아버지와 논쟁을 하게됐다.
쇠고기 문제는 논외로 불법시위의 진압강도에 대한 것이 논쟁의 중심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법은 지켜져야하므로 불법시위는 강력하게 진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셨고,
나는 불법시위라고해도 경찰이 시민을 폭행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아버지는 경찰을 폭행하는 시위대는 이미 범죄자이므로 더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하셨고,
나는 설사 시민이 경찰을 폭행하더라도 경찰은 자기방어와 구속의 목적 이외의 적극적 공격을 해서는 안된다고 맞섰다.

논쟁의 결과로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독재의 공안정국을 그래도 안전했다고 생각하시는 듯한 아버지에게 "난 이런 나라에서 못살겠다고, 이민이라도 가야겠다."고 말했다. 말해놓고선 '왜 흥분했지?', '왜 하필 이민이냐?' 혼자 끙끙댄다. 이민이라니... 이상적인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

아버지와 나 사이의 간격보다 더 넓은 간격이 우리 사회에는 가로놓여있으리라.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에서 그들의 한표 또한 무시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나는 국민이지만, 국민은 내가 아니다.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밀려들지만 그렇다고 그것마저 놓아버릴수는 없다. 이게 내 한계다. 우리가 얻어야하는 것은 오만한 정권에 대한 물리력을 동원한 승리가 아니라 의사소통에 기반한 정의다.

실공간에서와 반대로 인터넷에서는 불법시위를 반대하는 모든 글에 어김없이 비난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같은 방식의 물타기다. 문득 모든게 부질없이 느껴졌다. 합리와 이성은 꿈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옳고 내가 그른 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망고

05 27, 2008 01:12 05 27, 200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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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rminee 2008年 05月 27日 10時 28分 # M/D Reply Permalink

    '물리력을 동원한 승리가 아니라 의사소통에 기반한 정의'를 얻어야 하는 건 분명한데
    상대가 의사 소통을 할 생각이 없는 듯 해서 갑갑시럽네요.

    1. 망고 2008年 05月 27日 13時 37分 # M/D Permalink

      문제가 시위대를 막는 전경들이 아닌 것은 분명한데, 저 높으신 분들에게는 아래 것들의 목소리가 닿질 않으니 원...

  2. 주연 2008年 05月 27日 15時 32分 # M/D Reply Permalink

    아버님의 말씀 충분히 공감.
    망고의 말도 역시 공감.

    망고는 틀리지 않은 것 같어.
    아버님과 다를 뿐이지..

    법보다도 나는 인간이 먼저라고 생각해.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이 믿는 것을 이야기 하면 된다고도 생각해.

    1. 망고 2008年 05月 27日 22時 59分 # M/D Permalink

      내게 부족한건 결국 인간에 대한 신뢰인가봐요.

  3. yool 2008年 05月 27日 18時 09分 # M/D Reply Permalink

    결국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기반위에서 의사소통을 해야하는 것인데...
    그것이 어렵다는 것이 현실....

    1. 망고 2008年 05月 27日 23時 00分 # M/D Permalink

      이 나라의 대표 언론들은 사사건건이 좌우를 가르며 모든 원인을 거기다 끼워맞추는 것 같아. 니가 무슨 말을 하든 넌 빨가니까 안되라든가... 또 반대로 니가 무슨 말을 하든 넌 수구보수니까 안되... 양쪽이 모두 일방통행이긴 마찬가지.

  4. 밤길 2008年 05月 27日 19時 37分 # M/D Reply Permalink

    음.

    저는 아버지가 그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지만 법은 인간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개개인의 의사표현을 막아야 할 만큼 중요한 질서 따위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정치적 의사표현의 한 방법이 된 야간 집회를 모두 불법적인 것으로 간주해 강제로 해산을 시키려한다면 당연히 시위는 폭력적으로 발전할겁니다. 경찰은 시위가 폭력적이 되었다는 이유로 더 강경한 수단을 동원한 진압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보수적인 정치가들은 그것의 사용을 허가 하겠지요. 뭐 물대포나 최루탄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그들이 주장하는 '질서'를 달성할 수 없을 겁니다.

    진압봉과 최루탄으로 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면 만사가 쉽겠지요. 하지만 질서는 기동대의 방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법과 질서는 대다수의 피지배 구성원들의 동의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구성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질서란 교란되게 되있습니다. 따라서 질서와 그것을 유지하는 법의 정당성은 그것이 수호하는 질서가 정의로운 것일때만 가치가 있으며 또 유지될 수 있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질서는 그 질서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개인들의 끊임없는 도전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속에서 무슨 평화로운 질서가 가능하겠습니까. 사회의 질서를 삼청교육대나 기동대의 진압봉으로 바로잡겠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발상은 없습니다. 계속 과격하게 진압한다면 사람들은 화염병을 던지고 전경버스를 불지를 것입니다. 할 말이 있는데 조용히하고 있으라는 식의 폭력은 지속가능한 질서를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일방적인 가격 규제로는 물가를 잡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물가 규제는 결국 블랙마켓을 키울 뿐이지요. 폭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폭력은 그에 대항하는 폭력을 키울 뿐입니다.

    아버지와의 논쟁에서 지지 마십시오.

    1. 망고 2008年 05月 27日 23時 30分 # M/D Permalink

      글쎄. 난 아버지와 아들은 통시적으로나 공시적으로나 이런 관계가 아닐까해. 그리고 네 말마따나 내가 이기려한다면 아버진 더욱 그에 대항하는 보수성을 키우시겠지. 그래서 난 이기고 싶지 않고, 이해하고 싶고, 그리고 넘어서고 변화시키고 싶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폭력은 그에 대항하는 폭력을 키울 뿐이지만, 그에 대항하는 폭력 또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폭력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낳게될 것 같다.

      내일이면 소로우의 시민불복종이 온다. 옛사람에게서 답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답글 고맙네.

  5. sha 2008年 05月 27日 23時 40分 # M/D Reply Permalink

    아버지 입장에서는 그렇게 밖에 생각하실 수 없고, 마찬가지로 오빠는 상반된 관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 살아온 시대와, 겪었던 삶 자체가 다르니까 몸으로 체득된 사상 또한 다른 거지. 경험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동시대에 살면서도 무엇을 보고 듣고 어떤 상황 속을 사느냐에 따라 믿을 수 없을 만큼 다른 생각들이 형성이 되고 그것들을 신봉하게 되니까.

    요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정부의 안이하고 미숙하기 짝이 없는 정책, 시민들의 분노와 염려, 촛불 시위 강제 진압 등을 보면서 역사가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나는 거꾸로 간다기보다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현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사태라 생각해. 특히 공권력의 의식 부족과 미성숙.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것 같고, 꽤나 발전해온 것 같지만-이것도 사실이긴 해-중대한 문제에 부딪치면 차근차근 쌓아온 제도가 아니라 과속으로 밞아온 과거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 같아.

    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데. 시민들 사이에서도, 정계에서도 세대교체는 이루어져야 하니까. 이명박 누가 뽑았는데? 국회의원들, 정치인들, 다 누가 뽑았는데? 결국에는 우리 손으로 이루어 놓은 것 아닌가. 이제 소리만 들어도 지겨운 학연, 지연에 아직도 움직이는 게 누군데? 국민들이 냉정해져야 한다고 봐. 뉴스를 볼 때마다 확실히 한심하고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이런 충돌은 불가피해. 아직 미성숙한 단계에서는 항상 피와 폭력과 과격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드는 습성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인 것 같으니까. 깨어 나기를 바래야지.

    솔직히 얘기하면, 경찰에서 무력 진압하고 강제로 해산시켜도 꾸준히 '평화적으로' 촛불시위를 계속했으면 좋겠어. 시민들 쪽에서 먼저 무력을 행사하는 일 없이, 꾸준히 어디에서든 시위를 이어갔으면 좋겠어. 군중이라는 덩어리에 속해 있으면 개인으로 존재할 때보다 용감해지고 감정의 전도가 빠르고 무엇이든 힘이 배가가 되니까 누구 하나가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일 없이 냉정하게 뜻을 관철시키는 의미로 시위를 계속했으면 좋겠어. 원래 목적에서 벗어나는 일 없이. 정말 웃기지도 않게 '배후세력' 운운하는-정말 나이는 어디로 먹는 건지...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의 머리에서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그들만의 대책'- 정치권의 선동에 넘어가지 않게 말야.

    너무 많이 바라는 걸까.

    정말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힘 있는 사람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 실수를 인정하는 것,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도대체 뭘 지키려고 저들은 저렇게도 막무가내로 치닫는 걸까. 지금 한 순간만 모면하면 정말 모든 게 끝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임기응변식 답변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말도 안되는 음모론에 강제 진압까지...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평가될지 정말 모르지는 않을 건데. 알면서도 브레이크를 못 밟고 있어.

    이것도 인간의 속성이라 생각하니 무섭네.
    눈물이 나는 밤이군. 나는 밤이면 너무 센티멘탈해져서 탈이야.

    범이 보고 싶어. ㅠㅅㅠ

    1. 망고 2008年 05月 28日 00時 00分 # M/D Permalink

      범이 보고싶어로 끝맺는 인상적 댓글 :) 소고기가 여럿 잠 안재우는군. 네 의견에 덧붙여서, 우리나라는 양심적인게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아. "니 말이 다 옳지만, 넌 나가줘야겠다." 이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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