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그냥 포탈에서 제공하는 블로그를 쓰면 안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때, 난 사실 제대로된 논거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 때 내가 가지고 있던 대답은 "그냥 재미로"였다.
하지만 *블로깅(Blogging)이 그냥 재미로 할만한 것인가 하면 그건 전혀 아니올시다. 느꼈던 생각, 혹은 가슴에 담아두고 곰씹어보던 논리들, 일상의 스냅샷이라든가 정성드린 한컷한컷의 사진들을 웹에 저장한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의 미시사이며 그것들을 모아 적분하면 내 삶이란 커다란 프로젝트가 될 것이 아닌가. 이것은 재미있기는 하되, "그냥 재미로"할만한 일은 전혀 아니다.
"그냥 포탈에서 제공하는 블로그를 쓰면 안되는가"
라는 질문은 그 이후 계속 가슴한구석에 해결되지 않은 화두로 남아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재미로 시작한 블로그 탐구는 계속되었고 설치형 블로깅툴로 유명한 태터툴즈(tatter tools)나 wordpress 등을 설치하고 테스트해보며 좀 더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포탈에서 제공되는 블로그 서비스는 데이터를 온전히 내가 소유할 수 없다. 내가 저장한 데이터는 차곡차곡 그들의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되고 나는 점점더 서비스 자체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얼마전에도 실제로 일어났었던 일이지만 서비스 제공업체는 어찌됐든 그들의 데이터베이스에 쌓여있는 정보들을 사용하고 싶어할 것이고 privacy와 copyright에 대한 사용자와의 대립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대안은 설치형 블로그다. 그들은 툴을 제공할 뿐,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들은 방법을 제공하고, 소통할 채널을 열어줄 뿐, 거기에 대한 어떠한 정치적 권력을 행사하려하지 않는다. 아니 그들이 그런 권력을 행사하려한다면 블로거들은 재빨리 툴을 바꿔버릴 수 있다. 데이터는 사용자가 호스팅받는 서버에 들어있고, 약간의 작업을 거치면 다른 툴로 이전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데이터는 온전히 저작자의 소유이다. 지금 웹의 한켠에서는 이 데이터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헤게모니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하나둘 싸이를 버리고, 네이버를 버리고, 이글루스를 버리고, 설치형 블로그로 떠나고 있다. (마침 태터툴즈는 GPL 라이센스의 신버전을 출시했다.) 웹2.0에서 말하는 "Web as Platform"의 깊은 뜻을 조금 알 것 같다. Web은 데이터 저장고가 아니라, 이곳저곳의 데이터들이 오가는 플랫폼이어야한다.
웹2.0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거부감이 들었다. 또 뭔가 새로운 것을 내세우며 돈줄을 찾는 거품 IT기술이라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웹2.0은 아직 정의되지 않은 무엇이다. 마케터들이 Web2.0을 마케팅 용어로 외치고 있을때, 블로거들은 Web2.0을 Post-Web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난 후자의 가능성을 믿는다. 웹2.0은 기술이라기보다 사회적 방향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할 시민운동이다.
*블로깅(Blogging) : 블로그(Blog)에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들을 정리해서 올리고, 관련된 이슈에 대한 타 블로그의 글을 읽고, 답글을 달거나 트랙백을 보내어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것.
Posted by 망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