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피할 수 없는 야스쿠니 문제  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현대송 옮김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다카하시 데쓰야의 이 책은 일본에서 6개월만에 30만부가 발매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야스쿠니신사는 '감정의 연금술'에 의해 전사의 슬픔을 기쁨으로, 불행을 행복으로 탈바꿈시키는 장치에 다름아니며, 야스쿠니신사에 대한 역사인식은 일본이 지닌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문제로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결정적인 것은 시설 바로 그 자체가 아니라 시설을 이용하는 정치다"
- 208쪽

문제의 핵심이 시설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설을 이용하여 국가주의를 공고히 하고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논리에 매몰되게 만드는 정치세력에 있다고 역설하는 날카로운 도쿄대 철학교수의 글은 우리에게도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이 책으로 인해 일본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나의 감정적이고 모호한 근거는 정확한 지식과 논리적 근거로 대체 되었으나, 피상적인 논거는 마련되었을지언정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문제의식은 훨씬 깊어져 버렸다. 국가는 과연 우리가 지향해야할 가치의 정점일까?

국가주의에 한정했을때 우리의 현충원은 야스쿠니 신사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일 수 있다.
전자가 피해자이고 후자가 가해자라는 것을 제외하면 국가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한 장치로서두 시설은 틀림없이 닮아있다. 피해자의 추도와 가해자의 현창이라는 다름을 "본질적"인 것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있지만서도...

어쨌거나 일본의 우익을 빌미로 국가주의를 들먹이면서 잇속을 챙기는 국내의 적대적 공범자들을 경계해야하겠다.

...(전략)...
우리들의 적은 늠름하지 않다
우리들의 적은 카크 다글라스나 리챠드 위드마크 모양으로 사나웁지도 않다
그들은 조금도 사나운 악한이 아니다
그들은 선량하기까지도 하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가장하고
자기들이 양민이라고도 하고
자기들이 선량이라고도 하고
자기들이 회사원이라고도 하고
전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요릿집엘 들어가고
술을 마시고 잡담하고
동정하고 진지한 얼굴을 하고
바쁘다고 서두르면서 일도 하고
원고도 쓰고 치부도 하고
시골에도 있고 해변가에도 있고
서울에도 있고 산보도 하고
영화관에도 가고
애교도 있다
그들은 말하자면 우리들의 곁에 있다
...(후략)

- 김수영 시 "하…… 그림자가 없다" 중

Posted by 망고

06 12, 2007 14:19 06 12, 20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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