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마음을 정하고나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모든 사건들과 징후들이 내가 회사를 관두어야하는 이유로 귀결되는 것이었다. 어쩌다 보게된 토정비결이 나의 퇴직을 예견하고 있었고, 삐걱대며 운영하던 웹싸이트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유로 뻗어버렸고, 과장은 어쩔 수 없다며 야근을 종용했고, 난데없는 우박이 내렸고, 구름이 끼어 아침부터 밤처럼 어두웠다. 내가 '회사를 관두어서는 안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월급 밖에 없었다.
"4월까지만 다니겠습니다."
보스는 잡지 않았다. 잡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통쾌할 것이란 생각이 담담한 보스의 긍정에 쉬 반감되버렸다. 나는 "그"의 사람은 아니었단게다. "그"의 사람이 되려면 난 좀더 약삭빠르고 요령이 있어야했단게다. 난 이렇게 생겨먹었다. 표리부동하지 못하고, 착하기만 했다.
회사를 그만둔다는 얘기에 부모님은 벌써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생각해보니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려 전전긍긍하던 시절 부모님의 걱정은 나에게 악영향이었지싶다. 불안은 세대를 넘어 영혼을 잠식한다. 나의 영혼을 잠식한 불안을 잠식시켜준 회사에 대한 고마움의 끝치곤 이건 너무 싱거웠다. 싸워서 나의 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제 풀에 지쳐물러나는 나의 싱거운 패배가 너무 쓰라렸다. 마치 피는 나지 않지만 건드리면 눈물이 나올만큼 쓰린 찰과상처럼...
안녕. 비과세장기주택마련저축.
다시 자유롭고 배고픈 삶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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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