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에 대한 단상

일요일.아침..아니. 점심이라고 해야하나.
아.. 요즘 아점이란 말을 쓰더군. 그걸로 하자.
아점으로 라면을 끓여먹었다.
자주먹진 않지만 먹을 때마다 드는 생각.

  • 건강에 안좋겠구나.
  • 맛있다.

1. 그렇다. 라면은 맛있다.
솔직히 왠만한 사람이 정성들여 끓인 국이나 찌개보다 맛있다.
라면의 혁명적인 점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을
솜씨있는 장인의 손에서
값비싼 재료에서
요리를 준비하는 시간에서
대중을 해방시켰다는 점이다.

2. 안타깝게도 라면은
씻고, 솥에 올리고, 한동안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게다가 반찬이 있어야만 먹을 수 있는 "밥"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라면에 늘 따라다니는 수사 "건강에 좋지 않음" 때문이다.
건강에 좋은 라면을 누군가 만들수만 있다면 그는 순식간에 그리고 영원토록
부자가 될 것이다.
늘 잊을만하면 라면의 해로움에 대한 일들이 터졌다.
공업용 소뼈로 스프를 만들었네. 공업용 기름으로 면을 튀겼네. 하는 일들.
놀라운 사실은 라면을 아니 우동까지도 먹다가 도로 뱉어버릴만한
충격적인 사건들이 지나고도 사람들은 여전히 라면을 먹는다.

3. 자학적인 면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학을 통한 쾌감을 위해 라면을 먹는가?
뭐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라면의 사회적인 의미가 드러난다.
라면은 미래의 건강을 담보로 현재의 맛과 일신의 배부름을 추구한다.
지금 세간에 만연해있는 금언

  "현재를 희생해서 미래의 안녕을 추구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꿈은 이루어진다.
  지금 당신의 땀이 미래의 당신이 됩니다.
  장기비과세 주택마련 저축, 퇴직연금, 개인연금, 유니버셜 변액 보험
  대학만 가면 다 니 마음대로해.
  다 너좋으라고 그러는거야.
  TV 끄고 공부해라.

이 모든 어른스러운 것, 몸에 좋은 것과 정반대편에서 라면은 우리에게 손짓한다.
'인생 뭐 있어? 일단 배부르고 봐야지.'
눈물겹도록 세속적이지 않은가?
돌려막는 카드, 4000만 땡겨줘, 직장인 당장 대출.
서울역 화장실 벽에 갈겨져있는 장기매매 전화번호...

하지만 먹지 않을 수 없다. 밥통이 비어있는 주말 아점.
지갑은 가볍고, 라면은 가까이에 있다.
애증의 관계가 뒤얽힌 라면은 현대사회의 요부다.

Posted by 망고

09 30, 2006 12:03 09 30, 200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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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ool 2006年 10月 01日 13時 27分 # M/D Reply Permalink

    밥통을 텅 비게 해서 미안해요... -,.-

  2. zong 2006年 10月 05日 01時 18分 # M/D Reply Permalink

    조금이라도 덜 안좋기 위해서 호박 양파 대파 김치 버섯을 한가득 넣어 끓여보자. 오늘도 밤11시 넘어 출출한 위장을 달랠 길 없어 그만 끓여버렸다. 지금, 만족한다. ㅎㅎㅎ

  3. 재순 2006年 10月 06日 18時 39分 # M/D Reply Permalink

    그냥 머리를 비우고.. 즐겨. 맛있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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