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밤

아내와 아기가 잠들었다.

젖을 물고 잠들고 싶은 아기는 아기대로
젖을 깨물려서 아픈 엄마는 엄마대로
짜증의 시너지가 뭔지를 보여주다가

불을 모두 끄고 부채질을 해주면서 자장가를 불러줬더니
아기는 아기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안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온다.
저녁에 사온 Take-out 커피가 얼음이 다 녹은채 식탁 위에 놓여있다.
금요일밤이라고 놀아야겠다고 오랜만에 영화라도 한편 보자고 하면서 커피를 사더니
필시 내일 아침엔 조금 스스로에게 짜증을 낼 아내가
잠을 이기는 것을 나는 보지못했다.

놔두면 날벌레가 꼬일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분리수거장에 버린다.
아내 몫의 밍밍해진 커피컵을 들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이제부터가 내 온전한 하루의 시작이다.
도박판에서 돌아온 저녁
옷차림을 단정히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서재에 들어섰다던
마키아벨리도 이러하지 않았을까
그 분이야 그 시간에 웹툰이나 기웃거리는 짓은
하지 않았겠지만...

한친구가 말했다.
세상엔 대단히 훌륭한 볼 것과 먹을 것과 들을 것이 있지만
봐보고, 먹어보고, 들어보면 별 다를게 없더라.

아내와 아기가 잠든 금요일밤.
얼음이 다 녹아 더이상 시원하지도 맛있지도 않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Posted by 망고

2009/07/11 00:09 2009/07/1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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