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을 물고 잠들고 싶은 아기는 아기대로
젖을 깨물려서 아픈 엄마는 엄마대로
짜증의 시너지가 뭔지를 보여주다가
불을 모두 끄고 부채질을 해주면서 자장가를 불러줬더니
아기는 아기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안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온다.
저녁에 사온 Take-out 커피가 얼음이 다 녹은채 식탁 위에 놓여있다.
금요일밤이라고 놀아야겠다고 오랜만에 영화라도 한편 보자고 하면서 커피를 사더니
필시 내일 아침엔 조금 스스로에게 짜증을 낼 아내가
잠을 이기는 것을 나는 보지못했다.
놔두면 날벌레가 꼬일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분리수거장에 버린다.
아내 몫의 밍밍해진 커피컵을 들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이제부터가 내 온전한 하루의 시작이다.
도박판에서 돌아온 저녁
옷차림을 단정히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서재에 들어섰다던
마키아벨리도 이러하지 않았을까
그 분이야 그 시간에 웹툰이나 기웃거리는 짓은
하지 않았겠지만...
한친구가 말했다.
세상엔 대단히 훌륭한 볼 것과 먹을 것과 들을 것이 있지만
봐보고, 먹어보고, 들어보면 별 다를게 없더라.
아내와 아기가 잠든 금요일밤.
얼음이 다 녹아 더이상 시원하지도 맛있지도 않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Posted by 망고

